4차 산업혁명 시대 생명윤리정책의 방향은?전문가들 “기술발전 대응하기 위해 수정 필요” vs "시기상조, 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첨단 생명과학기술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생명윤리 정책을 좀더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현 생명윤리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유전자치료를 확대하거나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허용하는 데 있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보건복지부는 30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윤리정책을 말한다’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화의대 정성철 교수는 “유전자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상을 심각한 질환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유전자치료의 대상질환 제한 조항을 삭제하고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의 금지조항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현 생명윤리법에서는 유전자치료 연구 대상을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중증질환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대상에 포함돼 있더라도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해서는 시행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 교수는 다만 “각 개별 연구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논위 범위외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강은주 교수는 “추후를 대비해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적용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인간배아 및 생식세포 편집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동물실험으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을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분명히 있기에 (배아, 사람 대상의)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도 “생명윤리법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절하게 응답하기 위해서는 ‘자율규제 모델의 정착’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구자가 중심이된 자율규제 모델을 정립하고 국가는 이의 정착을 위해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명윤리법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익대 법대 이인영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거친 배아를 선별해 착상하는 의료기술(PGD)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과 효율성도 확보되지 않은 유전자편집기술과 같은 유전자치료 연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하며 “기술발전을 위해 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은 또다른 황우석 사태를 발병하게 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와 임상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험실 기초연구와 실제 의료의 적용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유전자 수정 연구가 꼭 필요한지부터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하의대 최규진 교수는 “유전자편집기술이 거론되기 전까지 주목받은 것은 줄기세포치료였지만, 과연 (줄기세포치료가) 기초연구를 고무시키고 세계적 기초과학자를 양산해 냈느냐”면서 “진정한 첨단생명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정비됐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립대 철학과 목광수 교수도 “법제화, 법의 수정을 논하기 전에 (유전자치료)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부작용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등 자료와 검증이 필요하다”며 “유전자치료는 인간에게 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패할 시 동물처럼 폐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인 검토과정과 과학계의 입증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한 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유전자치료나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 등이 선도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토론과 논의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며 “여러차례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기술발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와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청년의사] 2017. 8. 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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